곤충은 다른 동물보다 크기가 훨씬 작다. 그런데도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종류와 수를 자랑한다. 어떻게 그런 작은 체구로 자연계에서 살아남은 것일까? 이제부터 곤충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숨어있기, 독성 화학 물질 가지고 있기, 기타 여러 방법들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숨어있기
녹색인 곤충은 녹색 풀 위에, 갈색인 곤충은 갈색 낙엽이나 나무껍질 같은 곳에 조용히 붙어 있다. 주변의 환경에 잘 어울리게 자기 몸을 위장한다. 보호색을 띠는 곤충은 낮에는 별로 움직이지 않고 밤이 되어서야 마음 놓고 활동을 시작한다. 여치나 베짱이의 몸통 날개는 나뭇잎을 닮아 가만있으면 식물의 한 부분처럼 보인다. 또 자벌레의 몸은 나뭇가지와 구분이 안 될 만큼 닮았고, 대벌레 역시 기다란 나뭇가지를 그대로 가져다 놓은듯하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불쾌한 물체를 닮는 경우도 있다. 바로 새똥이다. 얼룩덜룩하고 덩어리가 진 새똥을 들여다보거나 새똥에 흥미를 갖는 사람은 별로 없다. 곤충의 가장 큰 천적인 새들도 자기가 싼 똥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이 없다. 바로 그런 허점을 노리고 새똥을 흉내 낸 곤충들이 있는데, 호랑나비나 나방의 애벌레와 배자바구미, 극동버들바구미, 새똥하늘소 등은 그 생김새와 무늬가 새똥과 아주 비슷하다. 어떤 곤충들은 아주 위험한 것을 흉내 내기도 한다. 꽃등에와 벌붙이파리, 벌하늘소, 유리나방 등은 사실 쏘지 못하면서 벌을 흉내 내 자신도 덕을 보려고 한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노란색 줄무늬가 있는 곤충이 진짜 벌인 지, 아니면 벌을 닮은 곤충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때가 많다. 벌은 물론 침으로 쏘기 때문에 곤충들도 웬만해서 벌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낫다는 것을 안다.
독성 화학 물질
아예 몸속에 독성 화학 물질을 품은 곤충들도 있다. 이런 곤충을 천적이 잘못 먹으면 구역질이 나서 토하거나, 분비한 진물을 잘못 묻혔다가는 피부에 염증이 생긴다. 이런 곤충들은 적에게 미리 경고하기 위해 대개 눈에 잘 띄는 선명한 색깔이며 매우 느릿느릿 움직인다. 별로 겁날 게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렇게 맛없는 곤충 덕을 보려고 흉내 내는 곤충도 있다.
기타
실제로 많은 곤충들이 건드리면 죽은 척을 한다. 팔다리를 몸통에 착 붙이고 죽은 척 가만히 있으면 결국 천적이 가버린다. 또 전혀 안 움직이고 땅에 떨어져 가만히 있으면 잘 구별되지 않는 장점도 있다. 특히 바구미와 방아벌레. 잎벌레, 하늘소, 무당벌레 등 여러 가지 작은 딱정벌레들이 이 방법을 잘 쓴다. 털이나 가시로 무장하는 방법도 있다. 많은 나방 애벌레들이 이 방법을 쓴다. 이런 가시는 겉으로 보기에도 무섭지만, 실제로 가시가 사람 피부에 박히면 두드러기가 일어나거나 간지러워서 계속 긁다가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독나방과 쐐기나방 같은 종류의 애벌레를 조심해야 한다. 이런 벌레들은 여러 마리다 한 군데 떼로 모여 있어서 더 징그럽게 보이기도 하고 그러면서 자신들의 보호 효과도 높인다. 어떤 보호물을 만들어 그 속에 숨는 방법도 있다. 털과 가시가 없는 애벌레들은 흔히 잎을 둘둘 말아서 그 속에 숨어 있기도 하고, 도롱이벌레처럼 아예 몸에서 실을 내어 짜 붙인 튼튼한 집을 달팽이처럼 짊어지고 다니기도 한다. 그 속에 있는 한 약한 몸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물속에 사는 날도래의 애벌레도 도롱이벌레처럼 낙엽으로 집을 만들어 살아간다. 메뚜기들은 붙잡히며 입에서 시커먼 액체를 토한다. 위속의 소화액을 내뱉는 것이다. 동시에 배에서는 똥을 싸기도 하는데, 천적에게 기분 나쁜 행동을 해서 달아나려는 속셈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흔히 송장메뚜기라는 별명으로 이름을 대신 부르곤 한다. 또 무당벌레를 건드리면 무릎마디에서 노란색이나 빨간색의 피가 방울방울 맺혀 적을 놀라게 한다. 그렇지만 가장 쉬운 방법은 삼십육계 줄행랑, 무조건 천적을 피해 빨리 도망가는 것이 최고이다. 곤충들이 잘 날고 잘 뛰는 능력은 모두 자신의 천적으로부터 잘 도망가기 위해서 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살아남기 위한 많은 전략이 있지만, 그렇다고 곤충들이 한 가지 방법만 쓰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싸우지 않고 조용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써 보고, 그래도 안 통할 때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자신을 방어한다. 아마도 이런 많은 방법들이 하루아침에 터득된 것은 아닐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많은 곤충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쳐 주고 싶다.
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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